여행자, 송곳니 벼룩, 집사가 되다



종종 들르는 인터넷카페에 올라온 누군가의 피렌체 여행기를 읽다가 나도 문득 여행이 가고싶었졌어.
여행이 아니라, 피렌체에 가고 싶어졌어.  파리와 너무 달랐던 인상을 심어준 브린디시의 작은 공항은 떠올리기도 싫었는데, 이탈리아 여행 중에서 그나마 가장 즐겁고 행복했던 건 피렌체였거든.  뻥을 좀 섞어 내 얼굴만한 젤라또를 받아들고  소박한 베키오 다리를 구경하던 일. 우피치 미술관에서 프리마베라를 보던 벅차오름.  카메라로 절대 담을 수 없던 규모와 아름다움을 지닌  두오모성당.   잠시동안 , 어쩌면 다시 피렌체를 가게 될지도 모른다는생각을 했어.
그러다가 "그럼, 나의 별님이는?"

너를 두고 긴 여행을 떠나는 일이 있을까?
아마도 없을 것 같아.
나는 너없으면  심한 '분리불안' 증세를 겪게 되거든. 의연한건 앙큼한 너고, 고통스러운 건 나니까.

언젠가   <도시의 공원>이라는 책을 보는 데 네가 다가와서 아주 흥미롭다는 듯이 펼쳐진 페이지를 쳐다봐서 
나는 네가 글을 읽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사진 속 근사한 다른 나라의 공원에 함께 놀러가도 좋고, 그저 함께 책을 봐도 좋다고 생각하던 차에 
책을 잡은 내 손 위로  네 작은 발을 포갠 순간을 찍은 사진이야.
이 봐, 이 책에서 우리는 피렌체 보볼리 공원을 보고 있었던 거야. 기막히고 귀여운 우연이지!
어떻게 너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



김영하의 에세이 <여행의 이유>를 읽다가  나는 또 코끝이 찡해졌어.
작가는 애완동물이라는 표현은  조금 경박하고, , 반려동물은  너무 무겁게 느껴져서 쓰지 않는대.
애완은 '가까이 두고 귀여워하거나 즐김'이라는 뜻이고, 동반자를 뜻하는  반려는 짝과 벗을 말하거든.
함께 사는 고양이를 여행자라고 생각한댔어. 긴 여행을 하다가 어느 구간들을 함께하는 동행처럼.  함께 여행하다가 먼저 떠나거나, 방향이 달라 다른 길로 헤어지는  여행자.  
이렇게 생각하면 떠나보내는  마음이 덜 괴롭다고 했어.
인간보다 수명이 훨신 짧은  개와 고양이를 반려라고 생각하면 너무 애닲기에. 
 '무슨 반려들이 이토록, 자주, 먼저 떠나는가.'



너도 알지?
타티. 
김혜리 기자님의 반려견. 
며칠 전에 별로 떠났거든. 
김혜리 기자님과 타티를 보면서, 그들이 너무 행복해보여서 나도 너를 만날 결심을 하게 된거란다.
그래서 타티의 장례 소식을 알았을 때 너무 슬프고, 그리웠어.
타티의 이름을 부를때 마다  기자님과 피디님의 흔들리는 목소리를 듣는데 나도  너무 눈물났어. 얼른 가서 너를 꼬옥 안고 싶었어.



나의 별님, 나의 타티.  나의 옥자. 
네가 지구를 여행하는 동안 나는 늘 네 동행이 되고, 최선을 다해 환대할거야.

















그날 따라 청소기 대신 걸레질이 하고 싶었어.  기다란 막대에 물티슈같은 청소포를 끼우고 방안을 슥슥 문지르고 다니다가 발견한거야.
작고 하얀, 속이 비어있는 원뿔형의 끝이 뾰족한 거. 쪼그려 앉아 그걸 들여다 보다가 함박 웃음이 나왔어. 
사람이 아닌데도 유치가 난다는 걸 생각해본적이 없었어. 육식 동물의 이빨답게 날카로움이 깃든 너의 송곳니는 너무 앙증맞았어.  
영구치때문에 버려진 유치지만, 내겐 너무 소중해서 그걸 보관하기로 해.
종종 발견하는 너의 긴 수염도 차마 버리지 못하고 함께 모아둬.  청소기에 빨려들어간 네 수염을 발견하고는 먼지통에서 그걸 끄집어내어 물로 씻고 화장지로 잘 닦아 입으로 후후 불어 함에 넣는 집착에 가까운 행동을 하기도 해.  눈 위에 난 수염은 여느 수염보다 가늘어서 이게 털인지 수염인지 버릴지 모을지 한참을 고민하기도 해. 고양이 수염을 지갑에 넣어 두면 돈이 들어온다는 집사들 사이에 꽤 알려진 믿음이 있어. 물론, 나도 네 수염 두 가닥을 지갑 안에 넣어두고  가끔 확인한단다. 
 어느 날은 너의 수염을 한 번에 두 개를 주운 적이 있어. 드문 일이라 설레서 그날 처음으로 복권을 사기도 했어. 돈이 생기면 더 넓은 공간으로 옮겨 캣타워를 하나 더 마련해야지하는 상상으로 즐거웠던 날이야. 물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네가  기~다란 똥을 누는 꿈을 꾼  날도 복권을 샀어. 
그러게, 아무래도 내가 복권을 사고 싶을 때 네가 꿈에 나오는 건가봐.

아무쪼록 우리 오래도록 함께 해서 너의 수염을 이 함 가득 수북히 채우게 해줘.

형부가 아부다비에서 사다준  쓸데없던 이 함이 쓸모를 찾은 날이야. 
보석상자가 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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