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석제, <재미나는 인생> 인생이 재미나다구? 벼룩의 읽는 취향




'..그의 입은 입을 먹으려고, 목구멍은 목구멍을 삼키려고 추악하게 뒤집혔다. 그는 혀를 뜯어먹고 이를 갈아먹었다. 그리고 미리 귀를 뜯어먹지 못한 데에 대해 회한에 차서 죽었다."--황금향 중 , 199



'나는 스스로를 먹는 뱀에 관한 이야기를 알고 있다. 그 뱀은 제 꼬리를 먹기 시작해서 결국 제 입을 먹고 말았다. 알다시피 뱀의 이빨은 안으로 굽어 있어서 한번 먹기 시작하면 다 먹을 때까지 멈출 수가 없다.
사람의 이는 어떤가. 사람들이 말하는 발전은 어떤가? 스스로의 목구멍 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생각했어야 했다."
--죽음에 이르는 병, 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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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이야기하는 사람과 삶과 사건과 생각은 더러는 슬프고, 혹은 끔찍하고, 때때로 징글맞고, 서럽다.
그래서 사람들이 "참말로 우끼는 세상이야~ 허허'하고 웃을 때 ,
그 웃음이 재미져서가 아니라 비관과 허무가 섞인 허망한 웃음임을 안다.
그러므로 그의 소설과 제목은 역설적인 것이며 그의 아이러니한 삶의 관찰은 웃기면서도 서글픈 것이다.

성석제의 <재미나는 인생>을 읽다가 종종, 혹은 자주 프랜시스 베이컨의 살덩이들이 아른거렸다.
그의 소설 속에서 존재의 생존 본능과 욕구는
탐욕스러운 '식욕'으로서 드러나는데, 결국에는 스스로의 몸뚱이까지 뜯어먹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먹는'행위로서 인간의 면모를 보여주는데, ( 이 소설집에는 유독 먹거리가 소재인 게 많다)
채워지지 않는 허기를 안고 사는 나약하고 선량한 인간도 있고, 벗어나려고 발버둥처도 제자리인 인생, 사소한 오해가 빚어내는 한바탕 소동과 깨달음이 있더라는 얘기를 하고 있다.
성석제가 펼쳐놓은 식탁에는 갈비뼈가 훤히 드러나는 말라빠진 몸뚱이로 날카로운 이빨이 박힌 아가리를 쩌억 벌리는 괴물이 함께 있다.
식충이 같은 녀석은 공포스럽지는 않지만,
배고파서 사납다.



프랜시스 베이컨 -second version TRIPTYCH,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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